아이린 가드포이트(Irene Gardpoit)와 에리 오타(Eiri Ota)가 이끄는 유파이 스튜디오는 건축,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을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특정 분야에 귀속되지 않는 유연한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2009년 도쿄에서 시작해 현재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아라타 이소자키와 아오키 준 사무소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감각을 교차시키는 결과물을 구축해왔다.
유파이의 디자인은 자연의 형태를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 즉 ‘전이(Transition)’에 주목한다. 직선보다 흐름을, 분절보다 연속을 택하는 이들의 접근은 사물이 공간 안에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경험을 만든다. 상하이 Ports 1961의 ‘빙산’ 파사드나 ‘레이크 코티지(Lake Cottage)’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작업은 자연의 형상을 재현하기보다 그 작동 원리와 시간의 흐름을 공간과 구조로 환원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물질성(Materiality)’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이다. 유파이는 재료를 단순한 마감 요소로 다루지 않고, 형태를 결정하는 구조적 요소로 끌어올린다. 이는 일본 디자인의 정교한 제작 감각과 캐나다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물성에 대한 이해가 결합된 결과다. 그 결과 이들의 작업은 인공물의 경직된 인상을 줄이면서도, 사용자에게 물질이 가진 온도와 밀도를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태도 역시 명확하다. 유파이는 친환경 소재 사용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의 수명과 사용 경험의 축적을 전제로 한 ‘구조적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이는 제품이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그 변화 자체가 가치로 축적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유파이의 작업은 소비를 빠르게 유도하는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과 함께 관계를 형성하는 ‘지속 가능한 사용 경험’으로 기능한다.